The Impossible Drea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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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을 죽이는 행위는 악이 두려워 등을 돌리는 일이다.
by 소통관208호


열심히 살자



사진작가 김영갑에 대한 책을 읽었다. 아끼려고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읽었다. 이 사진 광인은 루게릭병으로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갤러리 정원을 손수 꾸몄다. 그가 책을 출판하는데 제일 먼저 내건 조건은 자신의 사진을 편집 과정에서 크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. 김영갑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경지에 이르렀다.

10여년 전 사진을 배울 때 참 열심히도 살았다. 매주 지방으로 출사를 갔고 평일 저녁에는 여럿이 모여 공부했다.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았는지 카메라와 장비를 사서 모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여러 산을 올랐다. 여행가서 지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. 한 장면이라도 더 봐야했기 때문이다.

요즘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. 전성기가 지났다고 우스개소리를 하곤 하지만 이제 정말 그런 것 같다. 회사일에 집안일, 사회생활, 운동, 독서 등 이것저것 하다보면 뭐하나 꽃혀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없다. 열심히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은데. 그게 그렇게 어렵다.

비오는 날 거리에서 한 커플이 서로를 껴안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걸어간다. 둘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듯 했다. 그들은 천천히 걸어갔고 다른 이들도 특별히 그 커플을 신경쓰지 않았다. 그 순간이 참 행복해 보였다. 그 둘에겐 그날이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테다.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.

스타벅스에 장애인들이 들어왔다. 몇은 전동휠체어를 탔고 몇은 그냥 들어왔다. 자폐인지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했다. 건너편에 앉은 사람에게 "의자 좀 가져가도 되냐"고 한건데 주위 사람 모두 잘 알아듣지 못했다. 결국 알아들은 한 청년이 "그래도 된다"고 했다. 순간 나는 그 청년이 의자를 옮겨주지 않을까봐 걱정했다. 여차하면 내가 옮겨주려고 기다리는데 청년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의자를 가져다 주었다. 나는 이제 사람을 믿지 못하지만 세상엔 아직 아름다운 모습이 참 많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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